그립감, 뷰파인더, 동영상 AF성능 3박자 갖춘 전문가형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 니콘 Z 7으로 촬영한 4K 영상. 핸드헬드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손떨림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으며 AF 역시 매끄럽게 작동했다.

니콘 첫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 시리즈가 지난 달 발표됐다. 고화소 모델인 Z 7과 올어라운드 모델인 Z 6이 그 것. DSLR 카메라인 D850, D750 등 스테디셀러 모델의 인기에 힘입어 니콘은 여전히 카메라 시장에서 건재하고 있다. 동시에 스마트폰과 미러리스의 등장으로 카메라 시장 전체가 당면한 매출 감소와 수익 악화를 둘러싸고 위기설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이번 발표한 Z 시리즈에 니콘의 미래가 달려있다. 지난 해 100주년을 맞이한 니콘의 기념비적 카메라로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이번 리뷰에서는 고화소 모델인 Z7을 통해 니콘 Z 시스템의 간략한 성능과 미러리스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게임 체인저로서의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 니콘 Z 7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중 최대 구경인 55mm 렌즈 마운트를 채용해 광학 렌즈의 기술력을 최대한 살린다는 전략이다.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만을 조합해 니콘다운 카메라를 탄생시켰다. © 투어타임즈

◆ 이번엔 영상으로 정면 승부… 493 위상차 AF, 5축 손떨림 보정, 10bit N-Log 출력

“니콘=사진” 등식은 오랫동안 유지됐다. 디지털 카메라의 모멘텀이 사진에서 영상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와중에도 니콘은 스틸 사진의 품질을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이번 신제품은 캐논, 소니 등 경쟁사 동급 기종에 맞먹는 동영상 AF 성능을 갖췄다.

크롭 없이 4K(3,840 x 2,160) 30p, 24p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1.5배 크롭한 Super 35mm/DX 모드에서는 이미지센서 전체를 사용하는 풀픽셀 리드아웃이 된다. 참고로 Z 6는 크롭 없이 풀픽셀 리드아웃을 지원한다.

바디 내 손떨림 보정 시스템(VR)은 최대 5스탑까지 흔들림을 막아준다. 이번 리뷰 영상 촬영은 삼각대를 이용하지 않고 손에 들고 2~3분간 촬영했다. DSLR 카메라에 비해 가벼운 무게와 손떨림 보정 덕분에 영상에서 핸드블러를 찾아보기 어렵다.

▲ 니콘 Z 7은 총 493개의 위상차 AF 포인트로 화면의 총 90%를 커버해 촬영 화면의 가장 자리 초점까지 정확하게 잡아낸다.


또한 493개의 위상차 AF포인트를 가진 AF시스템은 가로, 세로 각각 90%를 커버한다. 이 점은 DLSR 카메라인 D850보다 오히려 쾌적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종래의 니콘 DSLR 카메라의 동영상 AF 성능은 타사에 비해 한박자 뒤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니콘은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동영상 촬영 기능이 탑재된 DSLR 카메라 D90을 발매했다.

리뷰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메뉴에서 4K/30P, 초점모드 F-F(연속초점)로 설정하고, 카메라의 방향을 한곳으로 고정한 체 촬영했다. 연주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AF 영역이 전체 에어리어와 싱글 포인트를 오가며 얼굴이나 손의 움직임을 빠르게 쫓았다. 어두운 촬영 장소에서도 AF가 헤매거나 피사체를 놓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 정도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HDMI 출력으로 10bit* 4:2:2 ‘N-Log’ 외부 레코더 저장이 가능하다. 니콘의 독자적인 N-Log를 사용하면 12스탑 1300%의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를 통해 암부와 하이라이트 부분의 풍부한 계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니콘 카메라가 자랑해 온 스틸 사진에서의 암부 표현력을 영상 촬영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아쉽게도 짧은 리뷰 기간과 여건상 제약으로 해당 10bit N-Log 영상은 테스트를 해보지 못했다.

*Bit(비트)는 색 정보의 양을 가리키는 규격으로, bit 단위가 클수록 풍부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

◆ 니콘 베스트셀러 DSLR D850과 닮은꼴… 시인성 높인 뷰파인더, DSLR 수준 그립감

플래그십 Z 7은 마그네슘 합금 바디와 방진 방적 성능, 4575만 화소 BSI-CMOS 센서, 바디 내 5축 손떨림 보정, 493개의 위상차 검출 하이브리드 AF시스템 등 여러 면에서 D850과 닮았다. 여기에 시야율 100%, 369만 화소, 0.8배의 고해상도 EVF(전자식 뷰파인더)를 가졌다. 이 뷰파인더는 기존 DSLR 카메라에 달린 광학식 뷰파인더와는 다르지만 이질감을 상당히 줄여 큰 불편함 없이 촬영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 니콘 Z 7은 최고급 DSLR 카메라 수준의 뛰어난 방진 방적 설계로 S-Line 렌즈와 함께 다양한 촬영 환경에서 대응한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후면 LCD를 보고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Z 7으로 촬영하는 내내 뷰파인더 아이피스에 눈을 바짝 갖다 대고 촬영했다. 태생은 미러리스지만 DSLR의 유전자를 이어 받았다고 할까? 사진을 찍은 후의 결과물이 같다고 하더라도 뷰파인더를 보며 촬영하는 것과 후면 LCD를 통해 촬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3.2인치 210만 화소에 틸팅이 가능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역시 훌륭한 수준이다. 풀 터치를 지원해 메뉴 조작은 물론 직접 화면을 보면서 원하는 곳에 초점을 맞추고 촬영할 수 있다. 터치 센서가 상당히 민감해서 핀 포인트 AF로 설정하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AF 포인트가 바뀌는 경우가 잦았다.

리뷰하는 동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립감이다. 손가락 끝에 정확하게 걸리는 파지감 덕분에 한 손으로 들고 찍을 때도 불안하지 않다. 흡사 D750 그립을 잡는 느낌과 유사하다. 여기에 675g의 본체 무게는 미러리스만의 휴대성을 발휘한다. 물론 보급형 미러리스 보다는 묵직한 편이지만 니코르 Z 24-70mm f/4 S 렌즈와 합쳐도 1kg 남짓이다.

▲ 니콘 Z 7은 DSLR을 닮은 깊고 두툼한 그립을 채용해 DSLR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면서 미러리스의 단점인 그립감 부재를 동시에 해결했다.

야간 촬영 시 카메라 메뉴 내의 ‘저조도 AF’ 기능을 ON으로 설정하면 -4EV 수준의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이 가능했다. Z 7은 ‘촬상면 위상차 AF’를 채용했는데 이는 기존 DSLR의 위상차 AF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DSLR은 미러박스 후면의 위상차 AF 유닛을 통해 AF가 구동하는 방식인데 비해 Z 7의 AF 시스템은 이미지센서에 위상차 AF 소자를 심어 놓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특히 동영상 촬영 AF에 강점을 갖는다.

상단 OLED 화면은 촬영 세팅값을 확인하기 쉽다. 별도의 라이트를 두지 않았지만 시인성이 좋아 야간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뷰파인더를 보면서 찍는 스틸 촬영의 경우에는 상단 정보창을 볼 일이 드물지만, 영상 촬영의 경우에는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고 설정값을 확인하고 변경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니콘은 상단 정보창을 DSLR 고급 기종에만 탑재하고 있는만큼 니콘이 Z 시리즈에 거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추가 촬영 이미지 원본은 해당 플리커(www.flickr.com) 링크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최적화된 고급 ‘S’ 렌즈… 나노 크리스탈 코팅, 플레어 억제력 ↑

니콘 미러리스 Z 마운트의 첫 표준 줌 렌즈인 NIKKOR Z 24-70mm f/4 S 렌즈를 살펴보자. 2단 침동식 구조로 평소에는 컴팩트한 디자인을 유지한다. 다만 최대 망원 시 렌즈 경통이 2단으로 돌출되는 데 구조다. 카메라 전원을 켜고 렌즈 경통을 돌리면 촬영 준비가 끝나는데 별도의 락 버튼은 없다. STM(스테핑 모터)를 채용해 동영상 촬영 시 AF와 조리개 구동에 따른 소음을 억제해 정숙한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 태양을 맞서는 촬영에서도 플레어나 고스트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준수한 성능을 가졌다.

▲ 니콘 Z 마운트 표준줌 렌즈인 NIKKOR Z 24-70mm f/4 S는 Z 시리즈에 최적화된 무게와 밸런스, 높은 광학적 성능을 구현했다.

ED 비구면 렌즈 1매, ED 렌즈 1매, 비구면 렌즈 3매를 각각 채용했다. 최대 광각이나 망원 화각에서도 촬영 거리에 관계 없이 고른 화질과 AF 성능을 보여줬다. Z 7 바디급의 방진 방적 기능도 지원한다. 무게는 500g이며 최단 초점 거리가 센서면에서 0.3m로 피사체에 가깝게 다가가 보다 과감하게 담을 수 있다.

니콘 고급 렌즈의 자부심 ‘나노 크리스탈 코팅’을 채용했다. Z 마운트 렌즈 중 고급 렌즈군에는 Superior(최상급 품질)의 약자인 ‘S’를 붙였다. 니콘의 고급 렌즈를 상징하는 금테가 빠진 것이 살짝 아쉽다. 카메라 바디와 일체감은 좋지만 렌즈 외관만 놓고 보면 성능에 비해 렌즈가 풍기는 인상이 조금 약해 보이기도 한다.

리뷰 기간 동안 니코르 고급 단렌즈 삼총사 중 35N과 85N을 F마운트 어댑터인 ‘FTZ’를 통해 촬영했다. 마운트와 연결할 때 유격 없이 착결감이 뛰어나다. 촬영 결과물 역시 DLSR 카메라와 함께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훌륭하다. 다만 기존 F 마운트 렌즈와 신규 Z 마운트 렌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Z’마운트를 택할 것이다. 그만큼 무게나 밸런스를 포함한 퍼포먼스에서 Z 시스템에 최적화된 렌즈 성능을 가졌다.

▲ 니콘은 오는 2020년까지 총 12종의 Z 마운트 S-Line 렌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니콘 Z 마운트 직경은 55mm, 렌즈부터 센서까지의 초점 거리는 16mm이다. 참고로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사용되는 E 마운트는 직경 46.1mm와 18mm의 플랜지 초점 거리를 갖췄다. 니콘은 새로운 마운트 규격의 강점을 살린 광각부터 망원까지 넓은 범위의 고성능 렌즈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번에 Z 7, Z 6와 함께 발표한 ‘니코르 Z 24-70mm f/4 S’, ‘니코르 Z 35mm f/1.8 S’, ‘니코르 Z 50mm f/1.8 S’ 등 3종에 이어 내년에는 f/0.95 수준의 58mm 렌즈인 ‘니코르 Z 58mm f/0.95 S Noct’를 비롯해 6개 렌즈, 2020년 3개의 Z 마운트 렌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 발목 잡는 XQD 싱글 슬롯, 배터리 성능… 추후 펌웨어 업데이트, 배터리 성능 개선 기대

Z7은 1개의 XQD 슬롯이 있으며, 추후 펌웨어로 CF express를 지원할 예정이다. 스펙 상 비교 대상이 되는 D850의 경우 SD(UHS-II) 카드와 XQD 듀얼 슬롯을 채용했다. 니콘 풀프레임 미러리스 발매 소식을 기다려 온 국내외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이 바로 값비싼 XQD 싱글 슬롯 채용이다.

쟁점이 된 XQD를 채용한 이유에 대해서 니콘 측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운 니콘 Z 시스템의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는 데 있어서 저장매체로서 XQD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XQD는 안정성 면에서는 우수하나 높은 가격 탓에 대중성 면에서는 SD 카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Z 7의 포지션을 D850 정도로 놓고 본다면 소비자들이 갖는 저장매체나 싱글 슬롯에 대한 아쉬움도 이해할만한 하다.

▲ 니콘 Z 7은 XQD 싱글 슬롯을 채용했다. 범용적인 SD 카드와 듀얼 슬롯을 기대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부 논란이 되고 있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지난 17일 예약 판매 기간 동안 구매자에게 XQD 카드와 전용 리더기, FTZ 어댑터 3종을 증정했다. 국내 소비자 니즈에 맞춘 마케팅을 통해 초기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상당 부분 해소한 조치로 보인다.

EN-EL15b 리튬 이온 충전식 배터리 성능에 대해서도 공식 발표 전부터 말들이 흘러 나왔다. 니콘 공식 스펙 자료에 따르면 파인더만 사용 시 약 330 프레임, 액정 모니터만 사용 시 약 400매 (CIPA 규격 준수)라고 밝히고 있다. 동영상 촬영 시 약 85분의 배터리 타임을 가졌다. 일상적인 스틸 촬영은 무리 없는 수준이나 영상 촬영을 함께 하는 상황이라면 여분의 배터리를 준비하는 게 좋다. 참고로 D850, D750의 EN-EL15 배터리와 호환해 사용 가능하다.

◆ 총평 "니콘의, 니콘에 의한, 니콘을 위한 카메라!"

며칠간 니콘의 신제품 Z 7을 사용해 본 결과, 니콘 특유의 만듦새와 강성을 가진 바디와 렌즈, DSLR 사용자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에 걸 맞는 고화질 등을 두루 갖춘 미러리스 카메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쾌적해진 동영상 AF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함께 발매된 S렌즈는 니콘 N렌즈와 견주어도 광학적인 성능 부분에서 모자람이 없다. 오히려 경량화를 통해 미러리스 카메라와 밸런스가 좋다.

니콘 Z 시스템은 55mm에 달하는 대구경 마운트의 이점을 살린 f0.95~f1.2 수준의 밝은 렌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또한 어댑터를 통해 F마운트 렌즈를 사용할 수 있어 기존 니콘 사용자라면 이점이 분명히 있다.

저장 매체, 배터리 성능 등은 펌웨어 업데이트나 후속 모델을 통해 개선을 기대한다. 물론 이 부분은 실제 구입해 사용하는 사진가들의 추가적인 피드백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니콘 Z 7이 얼마 전 발표한 캐논 EOS R, 소니 A7 등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의 각축전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표를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니콘 카메라를 사용해 왔거나 니콘 마니아라면 충분히 구매할 만한 매력 포인트를 가진 카메라다. 같은 크기의 풀프레임 센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DSLR과 미러리스는 상당히 다른 촬영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현업 사진작가나 상업 사진가라면 기존 시스템과의 연결성도 구매 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최근 카메라 시장에서 ‘하이 아마추어’의 등장이 눈에 띈다. 카메라 소유를 통한 자기 만족과 보다 즐거운 취미 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카메라의 등장은 항상 기다려온 소식이다. 한 동안 주춤하던 카메라 시장이 풀프레임 미러리스 신제품으로 다시 활기를 띄고 있어 자못 흥미롭다.


남정완 기자 (njw@sundo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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